며칠 전, 길을 걸어가는데 쨍한 햇볕이 무색하리만큼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져 급하게 우산을 꺼내 들었던 적이 있다. 우산으로 상의와 가방, 머리를 가까스로 사수한 채 가던 길을 멈출 수 없어 걸음을 재촉하면서도 거센 비에 신발과 하의가 젖을까 옮기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반면에, 맨발로 ‘쪼리’를 신은 채 빗속을 첨벙첨벙 자유롭게 걸어오는 반대편의 학생 무리가 어찌나 편해 보이던지 순간 필자도 눈앞에 보이는 신발가게에 들어갈 뻔했다.집에 돌아와 씻으려고 보니 역시나 발이 퉁퉁 부었다. 혹여나 미끄러질까 발가락에 힘을
교통조건의 변화는 섬의 특성 변화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연륙교는 내륙지역의 도로망 같은 기능을 하기에 전천후 해상교통시설의 확보는 물론, 생활 여건의 개선과 지역의 동질성 제고, 섬 규모의 외연적 확대를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연결은 섬 주민 생활의 변화뿐 아니라, 관광객 또는 외지인들의 섬 방문을 촉진하여 농수산물을 비롯하여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변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 섬 지역에서 경험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연륙교의 건설 이후,
인류는 2050년을 경험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과 함께 사회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는 거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으며, 식량안보, 기후난민, 산불, 해수면 상승 등 보다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기후변화의 2차적인 영향은 지구의 미래를 더욱 불확실하게 하고 있다. 현재 북극 지역의 온난화는 전 세계 평균보다 약 세 배가량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동토에 갇혀있던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는 대기로 누출되고, 이는 온난화를 더욱 빠르게 가속할 것이다.이렇게 기후위기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우리의
출근이 늦어 아침을 준비 못 해주는 엄마와 아들 사이에 밥 싸움이 일어났다. “냉장고에 우유 있으니까 마시고 학교에 가라”는 엄마의 말에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눈을 치뜨며 “아침에 밥 차려주는 건 엄마의 의무”라고 따진다. 엄마는 “내가 아침밥 차려주는 사람이냐”고 맞받는다. 이에 아들은 “밥을 안 차려주는 건 엄마의 직무유기”라고 대든다. 엄마 역시 “온종일 밖에서 일하다 보면 얼마나 피곤한지 아느냐”며 아들의 말을 싹둑 자른다. 아빠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정말 아침밥은 없는 거야?”라고 묻는다. 재미있는 주변 이야기를 모
지난 6월 18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2022년 반 클라이번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대한민국 18세 임윤찬 군이 우승자로 선정되었다는 뉴스였다. 그는 1962년 이 콩쿠르가 생긴 이래 최연소 우승자였고, 그의 우승은 유럽과 미국에서 교육받은 적이 없는 오직 한국에서 받은 교육으로 얻은 값진 결과였다.콩쿠르에서의 그의 연주는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기 충분했고 클래식 음악에 어려움을 느끼던 사람들까지도 ‘윤찬앓이’를 시작했다. 그들은 필자에게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클래식이 대중화되기
춘추시대(春秋時代, BC 770~476) 초에 100여 개 나라로 분열되어 있던 중국은 전국시대(戰國時代, BC 481~221)에 이르러 진, 초, 연, 한, 위, 조, 제나라 등 소위 ‘전국 7웅’으로 정리되었다. 이들 일곱 나라는 천하를 제패하기 위해 전쟁을 일삼으면서도 민심을 얻기 위한 방책을 찾고 있었다. 이 때 위나라의 국왕인 양혜왕과 당대 시대의 지성이라 할 수 있는 맹자가 만났다.맹자는 추나라에서 BC 371년경에 태어났다. 젊은 학자 시절 맹자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의 문하생으로 수학했다. 이후 맹자도 남을 가르
몇 해 전 대학을 졸업하는 딸에게 결혼 준비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엄마처럼 살라구요?”라는 대답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인터넷 검색창에 “엄마처럼”을 써넣으면 연관어가 “안살아”와 “살기 싫다“가 뜬다고 한다. 엄마의 희생적 삶에 고마움을 느끼지만, 나는 그 길을 따라갈 수 없고 따라가기를 거부하는 1980년 중반 이후 태어난 MZ세대의 새로운 변화이다.통계청이 올해 2월에 발표한 지난해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 잠정 통계를 보면, 작년 한 해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래
매사추세츠공대(MIT) 소속의 리스트 비주얼아트센터는 MIT미디어랩 건물에 위치한 작은 미술관이다. 1950년에 미술관이 설립될 때 인문학도서관(헤이든) 옆에 위치했다가 1985년 아이엠 페이(I.M. Pei)가 설계한 미디어랩 건물로 옮겼다. 미술관의 위치가 옮겨진 이유를 지레 짐작케 한다. 미술관이 들어있는 MIT미디어랩은 MIT공대 연구소로 미디어아트와 과학을 융합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에서 선보였던, 사람을 연결하는(Human Connectedness) 해비타트(Habitat) 프로젝트는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한숨 섞인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올해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긴 딸 아이의 문제로 여간 고민이 깊은 게 아니었다. 평소 집에서 유독 위험하고(높은 곳에 올라가 뛰기, 소파 가장자리에 올라 위태롭게 걷기 등) 과한 활동(지치지 않고 숨을 헐떡일 때까지 뛰기, 20분 이상 낮잠 자기 어려움, 소리를 지르거나 장난감을 내리치는 행동 등)을 보이긴 했지만 유치원에서의 생활은 일일이 알 길이 없는 어머니는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설명한 알림장과 담임선생님의 연락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유치원에서 자기 뜻대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대와 더불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3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의 국정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정과제 중 필자가 눈여겨본 과제는 주민 이동권 증진을 위한 ‘연안여객선 공영제 실시’가 포함된 것이다. 이와 함께, 새 정부의 첫 해양수산부 장관도 취임사에서 연안여객선 공영제 도입 등을 통해 모든 섬 주민들에게 보편적 해상교통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빠르게 추진될 것만 같았던 사업이 8년이 지난 이제 본격적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신기후체제의 합의문 ‘파리협정’을 채택한다. 이 협정의 최종목표는 지구의 평균 기온상승을 2℃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파리협정에 의해 2021년 출범한 신기후체제는 교토의정서 체제와는 다르게 모든 당사국들에게 자발적으로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마련해 2020년 말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하도록
‘햇볕이 따사로운 날, 들판의 온갖 풀꽃들이 해님을 향해 기웃거린다. 아른아른 곁으로 다가간 해님은 주변에 피어있는 꽃들을 어루만지며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준다. “해님, 제 이름도 불러주세요.” 그때 작고 하얀 꽃이 잎을 꼼지락거린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하얀 꽃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해님은 너무 미안해서 슬그머니 소풍 나온 아이들 곁으로 자리를 옮긴다.’ 최근에 출간된 필자의 그림책 ‘이름을 불러주세요’의 첫 시작부분이다.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라도 모두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를 지니고 살아간
5월은 일 년 중 가족에게 사랑을 전하는 가정의 달이다. 그래서인지 가장 따스하고 정감이 가는 달이기도 하다. 특히 5월 5일 어린이날은 필자가 365일 중 유일하게 동심으로 하루를 보내는 날이며 어릴 적 사진을 꺼내보며 부모님 손을 잡고 놀러 갔던 순간을 추억하는 날이다. 필자에게 어린이날은 프리패스와 같았다. 원하는 바비인형을 가질 수 있었고 좋아하는 놀이동산에 갈 수 있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어린이날은 그저 쉬는 날 중 하루가 되었지만, 마음만큼은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필자는 성인이 된 후에도 어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 거처인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반대시위를 했다. 이때 나온 구호가 “4·15총선은 부정선거다”, “문 대통령은 광주로 가라”였다고 한다. 그들이 문 대통령을 싫어하는 것은 자유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문 대통령을 ‘광주’로 가라고 했을까? 문재인 대통령을 내쫓고 싶고, 광주는 몹쓸 곳이니 그러하다는 것인가? 문 대통령을 증오하는 별칭 가운데 하나가 ‘문슬림’이다. 가톨릭신자인 그에게 무슬림의 옷을 입혀 혐오(嫌惡)하는 유치한 발상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참으로 해괴망측할 뿐이다.일본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복지 정책이 반드시 근대에 들어와 시작된 것은 아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런 기록은 많이 남아있다. 예를 들자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맹도견은 고대 로마 시대에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고, 우리네 경우에도 태조 이성계는 즉위교서(1392년)에 장애인을 비롯해 노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구휼과 부역면제 등을 밝혔고, “장애인은 지위를 묻지 말고 우대하여 긍휼하라”는 지시는 이후의 임금들에게도 나타난다.세조실록에 장애 유형별 복지대책과 연산군일기 등을 보면 그렇다. 태조부터 세종까지 네 명의 임금을 모시고 법전 편
3년째 접어들고 있는 코로나19라는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이 우리 일상에 짙은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 지치고 힘든 세상살이에 기쁨과 희망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호전되지 않고 있다.지난 해 10월 정부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 89곳의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여 집중적으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전남은 ‘인구감소지역’에 무안군과 5개 시를 제외한 16개 군이 포함돼 지방소멸대응기금과 부처별 국고보조사업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받게 됐다. 전국적으로는 89곳이 지정됐으며,
일주일 사이에 온 세상이 하얗다.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 흡사 눈송이 같기도 하다. 꽃눈인지, 눈꽃인지 모를 그 작은 이파리 하나에 마음이 일렁인다. 창 너머 만개한 벚꽃을 보고 있자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가볍게 채비했다. 집 근처만 나와도 벚꽃, 목련, 동백, 홍매화가 너나 할 것 없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잠시지만 걱정, 근심은 저절로 사라지고 몰랐던 사실에 개안(開眼)하듯, 감탄만 남았다. ‘아! 봄이구나!’이렇게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홍매화가 봄을 알렸다. 조금은 가벼워진 옷차림과 아침 출근길 코끝을 스치는 바람의
‘착한 나라에 착한 왕이 있었다. 왕은 사람이나 동물은 물론, 식물까지도 착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왕의 명에 따라 궁전에 있는 물건 중 착하지 않은 것들이 모두 없어졌다. 오래되거나 낡아서 보기 싫은 건 착하지 않다며 모두 나라 밖으로 쫓아냈기 때문이다. 물건들은 물론 사람들도 매일매일 쫓겨나고 버려졌다. 이번에는 꽃이나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와 풀도 착하지 않으니 남김없이 뽑아 버리라고 한다. 신하들은 도대체 착하지 않은 게 뭐냐며 서로 눈치를 보지만 누구도 왕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다. 결국 버리고 버린 끝에 착한
우리는 지금 치열하고 힘든 순간이 가득한 3월을 경험하고 있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옆 사람 조차 믿지 못하게 되었고, 산불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또한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누구보다 걱정하고 국민에게 큰 힘이 되어줄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전쟁이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오미크론과 대통령 선거 그리고 강원도 산불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이지만 미국에 거주하는 필자로서 매시간 뉴스에 등장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에 관한 뉴스 또한 그냥 지나칠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9위, 세계무역 8위, 국방력 6위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10위권 안에 있다. G7과 D10 진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가히 선진국의 길목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 새로운 도약에 나서야 한다. 이렇게 중차대한 시점에, 향후 5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통령 선출을 앞두고 있다.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는 각각 다르겠지만,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잘 살릴 능력 있는 지도자를 뽑고 싶은 마음은 하나일 것이다.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는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