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목포대학교 교양학부/도서문화연구원 교수)

박성현 목포대학교 교양학부/도서문화연구원 교수

교통조건의 변화는 섬의 특성 변화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연륙교는 내륙지역의 도로망 같은 기능을 하기에 전천후 해상교통시설의 확보는 물론, 생활 여건의 개선과 지역의 동질성 제고, 섬 규모의 외연적 확대를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연결은 섬 주민 생활의 변화뿐 아니라, 관광객 또는 외지인들의 섬 방문을 촉진하여 농수산물을 비롯하여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변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 섬 지역에서 경험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연륙교의 건설 이후, 섬 지역은 인구 유출 등으로 인구감소가 더 심화하기도 하고, 도로 정체, 쓰레기, 범죄, 부동산 투기 등의 사회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륙·연도교 사업은 1969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고, 2000년대 이후 그 규모와 개수가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연륙되지 않은 섬에 비해 연륙된 섬은 전체의 19.1%로 작은 비율이지만, 전체 섬 인구의 88.4%에게 영향을 미치는 SOC사업이다.

연륙교 개통으로 섬 주민들의 삶과 섬의 경제적 여건 및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외부와의 이동수단이 선박에서 차량으로 변화되는 교통의 획기적 변화만큼 빠르게 섬을 바꾸어 나간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지만, 연륙교의 건설에 앞서 섬만이 가진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방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연륙·연도교 개통에 따른 지속가능한 섬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까? 먼저, 사업 추진 전에 연륙·연도교 건설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동의 편리성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달콤한 면에만 현혹되지 않고, 해당 섬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최선의 방안인지를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는 담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연륙교 개통이 확정된 경우, 일정 기간 건설이 소요되는 동안에 섬 사람들의 수용력(capacity)을 높이기 위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예컨대, 주민들을 위한 교통교육, 쓰레기 처리, 환경변화에 대한 주체적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내륙과의 연결은 섬 사회의 큰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주민들이 이 변화를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연륙교 개통되기 전에 장기적인 해당 섬의 발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개발압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장기비전의 수립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연륙·연도교 개통 이전 섬 사회는 항·포구 중심으로 교통체계가 구축되어 있으나, 육상교통 중심으로 교통체계의 변화에 따라 교통약자를 고려한 교통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넷째, 외부인들에 의한 섬 공간의 소비가 아닌 지역 자원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결국 섬 안에서 체류하면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으면 공간만 소비될 수밖에 없다. 섬 주민들의 입장에서 음식, 숙박, 농산물 판매가 큰 소득원이기 때문에 지역 자원들을 하나의 스토리 속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변화하고 있는 섬 사회는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제3의 장소를 마련하여야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Ray Oldenburg(1999)는 도시계획이 지역주민의 삶을 황폐화 시키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역주민들의 의견 또는 삶을 고려하지 않는 도시계획의 위험성을 지적하였다. Oldenburg가 주장한 ‘The Great Good Place’는 제1의 장소(가정), 제2의 장소(직장)와 더불어 제3의 장소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제3의 장소는 특정한 목적 없이 지역주민과 교류하는 공간이고, 비공식적인 공공생활을 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이 장소는 공동체 기능을 활성화하는 곳으로 주민들이 지역의 현안 문제를 논의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이고, 만남을 통해 서로의 공통된 주제가 형성되고, 또 하나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3의 장소는 단순히 즐거움에 초점을 두는 장소와는 차이가 있다. 과거 섬 지역의 점빵, 마을 정자, 마을 회관, 선착장 등이 제3의 장소가 되어서 공동체를 유지하거나 지역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섬 지역에 연륙교, 공동주택단지 등이 건설되면서 기존에 있던 제3의 장소는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사라지는 제3의 장소를 대체할 새로운 제3의 장소에 대한 지역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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