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김영필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순순히 자복(自服)하기 시작했다.

“그그 그것을 본 저 천양현이 지게 옆으로 가더니 그 지게 짐을 열어보았습지요. 천양현이 놀란 눈빛으로 값비싼 종이라고 말하면서 그 지게를 짊어지고 달아나자고 했습지요.”

그리하여 셋은 늙은 스님의 종이 지게를 짊어지고 넓은 장길을 피해 들길 산길로 돌고 돌아서 장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넓은 장길로 갔다가는 금방 눈에 띄어 붙잡힐 것을 염려한 것이었다. 또한, 늙은 스님이 종이 지게가 없어진 것을 알고 길을 황급히 쫓아와 붙잡힐 것도 고려한 것이었다. 더구나 그 셋은 용의주도(用意周到)하게도 곧바로 종이 지게를 짊어지고 가서 종이 장사에게 팔아넘긴 것이 아니라 대장장이 조진환의 창고에 임시 보관하고 때를 보아서 팔아넘길 수작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사또의 목장승 사건이 터졌고, 관아의 포졸과 아전들이 앞다투어 종이를 사서 바치라는 벌을 받았으니 대장장이 조진환의 창고 안에 숨은 종이가 바야흐로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된 것이었다.

김영필이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다 자백(自白)하고 나더니 땅바닥에 엎드려 말했다.

“사또 나리! 죽을죄를 지었습니다요! 소인의 목숨만은 살려주시옵기 바라옵니다!”

정사또가 헛기침을 하더니 천양현과 남구용을 바라보고 말했다.

“너희 두 놈도 저 김영필이 말하는 사실을 모두 인정하느냐?”

“예! 예! 사또 나리! 그 모든 것이 사실이옵니다!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정사또의 기세에 눌린 천양현과 남구용이 땅바닥에 고개를 박고 조아리며 동시에 말했다.

“그렇다면 그 종이는 어떻게 하였느냐?”

정사또가 셋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예! 예! 사사! 사또 나리! 세 묶음은 과일 장사 최기태의 동생 최포졸에게 팔고 나머지는 짊어지고 가서 이웃 고을의 종이 장사에게 팔아넘겼습지요!”

천양현이 각진 턱을 들고 정사또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으음! 이런 여우 같은 놈들! 이놈들이 이 고을 종이 장사에게 종이를 팔았다가 발각될까 두려워 이웃 고을까지 가서 팔아넘겼구나! 그렇다면 그 종이를 짊어지고 간 그 지게는 지금 어디 있느냐?”

정사또가 말했다.

“아! 예! 예!……이웃 고을 장에서 종이를 팔고 나서 그만 내던져 버렸습니다요! 아이고! 사또 나리!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청양현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엎드려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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