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가스누출,·스미토모세이카 노동자 추락사
노동계 “전면적인 안전진단과 노후설비 특별법 제정” 촉구
한 달 사이 사고 5건…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오명

여수국가산단 내 금호석유화학/장봉현 기자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최근 한 달 사이 크고 작은 사고가 5건 발생하면서 산단 안전문제를 전면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오전 9시 16분께 여수시 중흥동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스미토모세이카폴리머스코리아 공장에서 A(67)씨가 20여m 높이에서 추락했다.

A씨는 난간 설치 작업 중 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A씨는 119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노동계는 A씨가 고공에서 안전 난간대를 설치하는 작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연히 있어야 할 추락 방지망을 설치하지 않고 작업을 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찰 등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등에 대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여수국가산업단지 금호석유공장 제2고무공장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배관 증설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직원 49명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당시 해당 공장에서 사이클로헥세인(Cyclohexane, 시클로헥산)과 TLA 혼합물 5~10㎏가량이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누출된 사이클로헥산은 작은 불꽃에도 불이 붙는 인화성 물질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자칫 대형 폭발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지난 3일에는 여수산단 데이원에너지 스팀 배관이 폭발해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폭발로 인해 스팀라인 주변에 있던 화학물질 공급배관 2개가 2차 파손돼 소방당국이 긴급 방제에 나서기도 했다. 이로 인해 1급 발암물질인 페놀과 열분해 가솔린이 일부 유출됐다.

특히 폭발한 배관 인근에는 폭발 위험이 높은 수소가스 배관도 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다른 유독 가스와 수소가스 배관이 파손 됐다면 그 피해는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31일에는 여수산단 내 한화솔루션 TDI공장에서 중화되지 않은 무수 염화수소와 폐가스가 누출됐다.

문제는 당시 누출된 유해가스에 염화수소뿐 만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독일 나치의 살인가스로 유명해진 포스겐 가스가 포함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시 사고도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회사가 누출량이 소량이고 피해상황이 없었다며 소방당국에 2시간 늦게 신고하면서 회사 측의 안전 불감증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밖에도 발전소 보일러 3호기 저장시설 화재를 비롯한 최근 한 달 사이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관리 체계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로 불릴 만큼 여수국가산단에서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진보당 전남도당과 민주노총 여수시지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여수산단 위험물질 누출사고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진단과 노후설비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하루가 멀다않고 터져 나오는 여수산단 사고속보는 심장이 내려앉는 공포다. 언제 어디서 누가 죽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죽음의 화약고 여수산단”이라며 “큰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다수의 사고 조짐과 경미한 사고가 발생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을 기억하게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난 2월 11일 여천NCC 열교환기 교체 작업 중 폭발사고로 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지 7개월이 넘어가도록 고용노동부와 경찰청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업무상과실치사 등 그 어느 것도 확정하지 못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의 목숨이 수없이 희생돼도 기업인에 대한 범죄 사실조차 적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사고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기업에게 중대재해에 대한 단호한 책임을 물을 것 ▲여수산단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진단 ▲노후설비에 대한 교체와 안전점검에 대한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보건복지위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남도일보와 통화에서 “사고 관리·감독 책임성 모호, 예방 조치 미흡 등으로 노동자·주민은 불안에 떨고 있지만 산업단지 기업들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이 여전한 실정이다”며 “안전을 위한 대비책은 허술하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석유화학단지에서 끊이지 않는 화재와 폭발, 유해 물질 유출 등으로부터 노동자·시민 보호하는 목적인 ‘노후설비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이 법안은 산단 노후설비에 관한 관리·감독 권한을 사업주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에도 부여해 노후설비로 발생할 수 있는 재해를 예방하는 게 골자”라고 설명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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