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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정신은 과연 무엇인가. ‘새 천년, 우리에게 광주는’이란 화두를 던지며 관람객과 함께 ‘남도정신’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는 뜻깊은 전시회가 마련됐다. 광주 신세계갤러리 개관 4주년 기념으로 준비한 이 전시는 남도정신을 상징하는 예향, 의향, 학향 등 3개 분야를 섹션별로 나눠 오는 14일부터 26일까지 왕인에서부터 광주학생독립의거까지 40여 아이템에 유물및 자료 200여점을 선보인다. 그동안 지역적 특성이나 정체성에 대해 얘기할 때 흔히 예향·의향, 혹은 학향이니 하는 다소 추상적인 용어들이 쓰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전시회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심도있게 생각해 보고‘남도정신’의 실체성을 좀더 체계적이고 명확한 답을 얻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예향분야에서는 지리적 환경과 남도인의 심성, 그리고 학문적 토양위에서 형성된 문화를 이끌었던 인물과 작품, 유물등을 전시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공재 윤두서의 지사적 풍모를 담은 자화상은 국보 240호로 지정된 것으로 거친 무자의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대 선비들의 지사적 풍모를 엿볼 수 있다. 또 의향의 테마에서는 장보고의 해상활동부터 임진왜란과 구한말 의병활동, 동학농민혁명, 광주학생의거까지 이어지는 남도인의 의로운 행동사에 대한 인물들의 행적과 유물을 선보인다. 그 예로 매천 황현을 모신 매천사를 소개하고 있다. 매천은 시국의 혼란과 관리들의 부패상에 스스로 벼슬을 버리고 독서와 시문, 역사연구, 경세학에 맹진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을사보호조약 소식을 듣고’라는 세편의 시를 지으며“나라 팔아 먹은 사람치고 나라위해 목숨 바친 이 없다(賣國元無死國人)”라는 글을 남겼다. 또 다음해 면암 최익현의 죽움을 애도하는 시를 짓고 한일합방이 이뤄어진 1910년 네편의 절명시를 남긴 채 자결했다. 그래서 매천 황현은 절의지사로서, 꿋꿋한 선비로서 우리 남도인의 마음 속에 깊이 새겨진 것이다. 이와함께 학향분야에서는 왕인의 유교전래 부터 조선중기 호남사림들의 성리학적 업적을 중심으로 한 학맥과 학풍, 학문적 성과물을 전시한다. 특히 문묘에 배향되어 제사를 받는 18현 가운데 호남인으로서는 유일한 하서 김인후를 모신 장성의 필암서원이 소개된다. 하서 김인후는 1510년에 장성에서 태어나 퇴계 이황과 교유하면서 학문을 닦았고 1543년에는 홍문관 박사겸 세자 시강원 설서로 세자였던 인종을 가르쳤다. 하서는 기묘사화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주역상관도’와 ‘서명사천도’를 저술, 성리설에 대한 연구를 심화시켰다. 새천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남도정신의 정체성을 찾는 이번 테마전은 광주와 남도정신의 원류를 되짚어보는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김선기 기자 kimsg@kjtimes.co.kr 사진설명=광주신세계 갤러리가 14일부터 오는 26일까지 ‘남도정신을 찾아서’란 테마전을 갖고 관람객들과 진정한 남도정신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문화
김선기
1999.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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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가 오는 18일 오후7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브람스 교향곡 제 2번’을 타이틀로 내건 이번 연주회에서는 상임지휘자 김용윤씨가 지휘봉을 잡고 피아니스트 신수정씨가 협연자로 나선다. 우리나라 최초의 비올라 독주자로 음악계에 첫 발을 디딘 지휘자 김씨는 KBS교향악단의 수석주자를 10년간 역임했으며 서울챔버오케스트라를 20년째 이끌면서 상임지휘자로 활약하면서 이번에 광주시향 상임지휘자로 부임했다. 피아니스트 신씨는 국내외 유수 오케스트라와 다채로운 협연경력이 있으며 서울대 음대 부교수를 거쳐 현재는 경원대 음대 학장으로 재직중이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축전 서곡’,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4번’그리고 브람스의 ‘교향곡 제2번’등 가을의 서정이 물씬 풍기는 레퍼토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연주회의 대미를 장식할 브람스의 작품은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브람스 특유의 장대한 비장미와 갸냘픈 서정성이 교묘하게 조화를 이룬 교향곡의 백미다. /김종범 기자 jbeom@kjtimes.co.kr
문화
김종범
1999.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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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광주 민주화운동 20주기 기간중 공연될‘5월 총체극’의 작품과 연출자, 그리고 각색자가 선정됐다. 5월 총체극 준비위원회는 10일 오후2시 광주시청 회의실에서 회의를 갖고 원작으로 임철우씨의 소설 ‘봄날’을, 연출자로 현재 서울시립극단 상임 연출자인 김아라씨(41)를, 임철우씨와 김아라씨에게 각각 각색을 맡기기로 했다. 임씨의 소설 ‘봄날’은 5·18당시 광주시민 3형제의 심리적 갈등을 묘사한 작품으로 5월 광주를 문학으로 형상화 한 최초의 작품으로 그동안 평단에 주목을 받아왔다. 이와함께 준비위는 다음달 중으로 각색과 전국을 대상으로 배우를 공개 모집,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을 완료할 예정이다. 또 내년 2월까지 작품을 마무리해 5월 광주공연에 앞서 3~4월께 전국 대도시 순회공연을 갖고 5·18의 전국화를 도모할 계획이다./김선기 기자 kimsg@kjtimes.co.kr
문화
김선기
1999.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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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중항쟁 무용 3부작을 하나의 CD롬에 담은 ‘5월의 눈물’이 발매됐다. 무용수 겸 안무가인 김화숙(원광대) 교수가 총제작과 안무를 맡은 ‘5월의 눈물’은 김 교수가 지난 94년부터 5년간 발표했던 작품들을 모은 것으로 ‘그해 오월’‘편애의 땅’‘그들의 결혼’등 3부작으로 구성돼 있다. ‘그해 오월’은 광주항쟁의 인간성 상실에 대한 고발정신을 담았으며 ‘편애의 땅’은 전체주의라는 관점에서의 인간소외를, ‘그들의 결혼’은 서로 다른 사람끼리의 적응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각각 그렸다. CD롬에서는 3차원적 입체감을 더하기 위해 영상화면을 가상무대 형식으로 디자인했으며 작품별로 주요 장면의 동영상과 함께 대본, 안무스케치, 사진, 스태프, 프로필 등을 함께 실었다.
문화
남도일보
1999.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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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이 명창의 강산제 보성바디 심청가 완창발표회가 13일 낮12시 광주시민회관에서 열린다. 이번 무대는 판소리 고법전수자 박치현씨(국가지정 무형문화재 5호)가 북채를 잡고 김씨의 세살난 아들 김수인군이 찬조 출연, 모자(母子)가 함께 어우러져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총 4시간 40여분이 소요될 이번 완창무대는 전라도 특유의 사투리와 익살맞고 재담 섞인 아니리, 그리고 소리하는 창자의 너름새와 풍부한 성량으로 초가을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김씨는 지난해 제25회 남원춘향제 명창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소리를 인정받았는데 이를 계기로 지난해 12월 서울 국립극장에서 동편제 수궁가 완창발표회를 시작으로 지난달에는 나주문예회관에서 강산제 심청가 완창발표무대를 가진 바 있다. 김씨의 소리는 끊어질듯 이어지는 남도의 한이 서려있는 애절함이 대목대목에 짙게 배어있고 , 때론 익살스럽고 투박한 전라도 사투리로 관객들을 울고 웃기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한편 김씨는 순천 연금향선생에게서 보성바디 심청가를 배웠고 조통달선생으로부터 동편제 수궁가를, 전주 오정숙선생에게 동초바디 흥보가 등을 사사한 40대 젊은 명창이다./김선기 기자 kimsg@kjtims.co.k
문화
김선기
1999.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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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라 하면 흔히 토슈즈(발레용 신발)에 튀튀(발레용 스커트)를 입고 종종걸음치는 발레리나를 떠올린다. 실제로도 심심찮게 월드스타가 배출되는 발레리나에 비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남자무용수는 바리시니코프 정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때 발레의 주역이 발레리노(남자 무용수)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광주시립무용단이 마련한 특별이벤트‘발레리노와의 만남’은 100% 남자무용수로만 무대를 꾸민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오는 17일 오후 7시 문예회관 소극장 무대. 박경숙 단장의 해설이 양념처럼 곁들어질 이번 공연에서는 발레음악의 걸작 가운데 남자무용수들만의 춤을 엄선,발췌해 선보인다. 오프닝피스 ‘레이몬다’는 19세기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최후의 걸작으로 클래식과 민중음악의 자연스러운 융화가 시도된 작품. ‘음유시인의 4인무’를 조재욱등 4명의 단원이 힘넘치는 연기로 펼쳐보인다. 벨릭테가 솔로로 출연하는‘나르시스’는 기교보다는 표현이 주가 되는 드라마틱 발레로 국내무대에서도 초연작. 이외에 ‘투쟁’은 무형의 힘과 벌이는 인간의 처절한 대결을 형상화한 3인무이며 피날레작인 ‘집시’는 방랑의 운명을 타고난 집시들의 비극성이 드러나는 스펙터클한 군무(群舞). 이국희씨가 총안무를 지휘했으며 김광진,벨릭테,조재욱등 남자단원 11명이 무대에 오른다. 박단장은 “발레는 힘과 탄력,역동성 면에서 남성무용수에게 더 많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예술”이라며 “출연자 전원이 남성무용수로만 이뤄지는 최초의 무대로 특유의 개성과 활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범 기자 jbeom@kjtimes.co.kr
문화
김종범
1999.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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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실내 인테리어. 퀴퀴한 냄새에다 다닥다닥 엉켜있어 옴짝달싹 못하는 좌석. 티켓을 끊고 들어가도 다리품을 팔아야 하는 입석의 비애. 게다가 앞자리에 큰바위얼굴이 가로막고 있으면 필름까지 끊기기 일쑤다. 극장문화의 급속한 환경변화에 따라 이러한 낙후된 기존극장들은 이제 퇴출될 운명에 처해있다. ‘새로운 물결’의 리더는 최첨단시설과 패션주의로 무장한 멀티플렉스(Multiplex). 멀티플렉스는 6개 이상의 스크린에다 쇼핑과 레저를 즐길수 있는 다양한 위락시설을 갖춘 토탈 엔터테인먼트 극장을 일컫는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메리트 외에도 쾌적하고 안락한 관람환경, 깔끔하고 우아한 인테리어, 철저히 관객지향적인 양질의 서비스등 새로운 영상문화공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지역 최초의 복합상영관으로 오는 18일 광주 동구 충장로 5가에 문을 열 예정인 ‘엔터시네마’. 지상 3~5층에 5개 상영관(좌석수 1187석)과 함께 신세대 개념의 차이니스풍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 콜라텍, PC게임방등이 들어선다. 일단 극장내부시설에서부터 수준급이다. 생생한 현장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디지털 사운드 시스템에다 좌석 앞뒤 간격이 1m로 다리를 죽 펴고도 영화를 관람할 수 있을 정도. 또 연인들을 위해 좌석팔걸이를 없앤 이른바 ‘러브 시트’(Love Seat)를 설치해 특색을 더했다. 무엇보다도 기존극장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전화예약제, 지정좌석제, 전산발매 시스템등을 도입, 지역극장 문화에 일대 혁신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엔터시네마 정국종 본부장은 “자유와 개성이 중시되는 패션문화공간으로서 20~30대의 젊은층 고객들을 폭넓게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극장개관에 앞서 오는 15~17일 무료 시사회를 개최할 계획이며 개관작품으로는 ‘한여름밤의 꿈’‘빅대디’‘헌팅’등이 예정돼 있다. 한편 롯데백화점 광주점도 광주시 동구 대인동 백화점 지상 9, 11층에 각각 210석 4개관, 294석 2개관(총 1500석 규모)을 갖춘 복합상영관을 내년 2월 개관을 목표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김종범 기자 jbeom@kjtimes.co.kr 사진설명=이 지역 최초의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인 엔터시네마가 오는 18일 오픈을 앞두고 막바지 개관준비에 한창이다./최현배 기자 choihb@kjtimes.co.kr
문화
최현배
1999.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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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15분. 서울행 무궁화호 야간열차가 육중한 굉음을 내며 지나는가 싶더니 이내 출입문이 급하게 열리며 40대 남자 2명이 서로의 멱살을 움켜쥔채 파출소 안으로 들어선다. 술 기운이 훅 느껴지는 걸 보니 또 술자리에서 일어난 단순 폭력사건인가보다. 소내 근무를 서고있던 김광곤 경사(42)와 김영희 경장(34)은 바짝 긴장한다. 처음 겪어본 일도 아니지만 늦은 밤 술취한 취객들이 부리는 소동을 잠재우기란 여간해서 쉽지않다. 광주시 북구 전남대앞 철교 밑에 자리한 신안파출소(소장 이동범 경위·55).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중고참에서 서른을 갓 넘긴 초년생까지 모두 17명의 경찰이 근무하는 이곳은 여느 파출소처럼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에도 모두가 도시의 ‘파수꾼’을 자처하며 어둠을 환히 밝히고 있다. 예전엔 태봉파출소로 불리던 이곳 신안파출소는 광주시 북구 중흥동 일부지역과 신안동, 용봉동을 포함해 시립박물관과 비엔날레전시관에 이르는 반경 5㎞ 관할지역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주간 이동인구가 2만명에 가까운 전남대가 인접해있고 2~3년전부터 조성되고 있는 용봉 11지구 택지개발로 치안수요가 갈수록 늘어 소장을 포함한 17명의 파출소 직원들의 하루 24시간은 늘 짧기만 하다. 이들은 하루 24시간을 꼬박 근무하고 다음날 하루를 쉬는 격일제로 근무한다. IMF이전에는 12시간 근무뒤 24시간을 쉬는 3부제로 운영됐으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인력이 줄어 요즘은 8명씩 2부제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로 경찰에 투신한지 20년이 되는 김광곤 경사는 비번이면 틈틈이 공부도 하고싶고 한창 뛰어놀기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도 싶지만 남들이 출근하는 이른 아침,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면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잠부터 쏟아진다. 결혼한지 10년도 더 지났으니 이제는 가족들도 이골이 났을법도 한데 아직도 아내랑 아이들은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아빠의 직업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대견스레 느껴져 휴일이면 부족한 잠을 털고 가까운 공원이나 무등산에 올라가기도 한다. 올해로 근무경력 3년차인 신안파출소의 막둥이 이주홍 순경(31)은 양쪽 윗니에 난 뻐드렁니 때문에 ‘드라큐라’라는 별명도 갖고있다. 그 특유의 뻐드렁니 때문에 인상이 조금 투박해 보이긴 하지만 마음만은 비단결처럼 곱다. 파출소내 막내 답게 선배경찰들에 대한 예의도 깎듯하다. 특히 쉬는 날이면 가족들을 거느리고 낚시를 떠나는 탓에 그다지 길지 않은 경찰생활에 벌써 전문 ‘강태공’이 다됐다. 일선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들은 사람들 살아가는 갖가지 모습을 누구보다 가깝게 접한다. 응급환자를 병원까지 이송하는 일에서부터 길잃은 어린이나 노인들의 집 찾아주기는 물론 부부싸움 말리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올해로 근무경력 20년째인 손광복 경장(45)은 경찰을 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이 옛날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경찰업무가 이제는 단순한 치안유지를 넘어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민원서비스까지 해결해야하는 상황에서 일선 파출소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훨씬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또한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되고 조직화되다 보니 현재의 인적·물적 자원으로 그 많은 치안수요를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일선 파출소는 영화나 TV에서 보듯 늘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긴장감만이 감도는 현장이 아니다. 이곳도 사람들 살아가는 따뜻한 인간미가 넘쳐나는 곳이다. 모두가 격무에 시달려 늘 여유가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동료애만큼은 어느 곳보다 강한 곳이 또한 이곳 일선 파출소다. 며칠전 야간 순찰도중 취객들의 패싸움을 제지하다 오른쪽 어깨에 가벼운 철과상을 입은 이용욱 경장(36).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치료를 소홀히 했던지 오늘밤엔 유독 상처부위가 쓰리고 아리다. 이를 안스럽게 느꼈던지 파출소내 ‘웃음 보따리’오원규 경장(36)이 어깨를 다독거려주며 담배 한 대를 권한다. 동료가 전하는 작은 사랑으로 다시 몸을 추스리고 순찰근무를 나서는 이 경장의 등뒤로 깊은 밤 고요한 적막같은 쓸쓸함이 비친다. 이렇듯 일선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들은 애환도 많다. 하루 24시간 내내 귀가 따갑도록 울려대는 무전기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끊임없이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처리까지 파출소의 하루는 휴식이란게 없다. 처우나 복지도 그렇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선택한 직업에 대해 뿌듯한 자긍심과 사명감을 잊지 않는다. 벽에 걸린 둥그런 시계가 어느덧 새벽 5시30분을 가리킨다. 희미한 새벽 어둠을 제치고 벌써부터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하나 둘 이어지기 시작한다. 이 소장은 순찰근무와 민원인들과의 실랑이에 지칠대로 지친 몸을 다시금 추스리고 본서에 보고할 각종 보고서 뭉치들을 꼼꼼히 검토한다. 외근중이던 동료 경찰들도 하나 둘 들어와 지친 몸을 의자에 털썩 주저앉힌다. 이런 저런 사연을 싣고 떠나는 열차가 파출소 지붕위 철교를 덜커덩거리고 지나는 소리에 희미하게 밀려오는 옅은 졸음이 저멀리 달아난다. /김옥현 기자 koh@kjtimes.co.kr
문화
김옥현
1999.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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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원죄의식 결합 둔탁한 공포 ▲링 일본영화 개방 조치이후 첫 한·일 합작 영화로 스즈키 코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일본 혈통의 한국영화. 70년대 유행했던‘행운의 편지’를 연상시키는 설정과 바이러스의 가공할만한 자기 증식능력, 쾌락에 대한 인간의 원죄의식을 결합시켜 날카롭지는 않지만 오래 지속되는 둔탁한 공포를 안겨준다. 지난 95년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이후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김동빈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신은경,정진영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진지하다. 청춘스타 불꽃 연기대결 볼거리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1782년 출판된 피에르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를 현대에 맞게 스크린으로 옮긴 청춘 트렌디물. 뉴욕 상류층 젊은이들이 펼치는 사랑과 유혹의 풍속도를 Y세대 입맛에 맞도록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줄거리 못지않게 인기 절정의 청춘스타들이 벌이는 불꽃튀는 연기대결도 볼거리.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의 사라 미셸 겔러는 최상류층의 캐릭터답게 우아하면서도 당찬 연기를 펼치며 일약‘헐리웃의 섹시심볼’로 떠올랐다. 팍팍한 현실 담백하게 그려내 ▲하우등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새로운 물결’부문에서 첫 선을 보인 작품으로 신예 김시언 감독의장편 데뷔작. 프랑스 파리의 영화학교 CLCF에서 연출수업을 쌓은 김시언 감독은 사제를 톡톡 털어 16mm필름으로 어렵게 이 영화를 완성했다. 시골의 한 폐교를 찾은 여섯명의 남자와 여자들. 영화는 하(夏),우(雨),등(燈) 세 주제를 모티브로 이들의 가슴 한 구석에 숨어있는 상처와 추억, 그리고 팍팍한 현실을 담담하게 독백하듯 그려내고 있다.
문화
남도일보
1999.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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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가 창사 특집으로 1년여 동안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새 천년의 빛 ,한국의 전통색’(연출 이종엽PD)이 13일 밤11시에 방송된다. 방송위원회 기획상을 받기도 한 이 프로그램은 우리고유의 정서가 배어있는 숨은 천연염색을 찾아 새천년을 맞아 문화산업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한다. 또한 6·25이후 사양길로 접어든 우리 천연염색의 현주소를 재조명함으로써 잊혀져가는 전통문화 계승발전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지역 출신 박복규 교수(성신여대 미대)에 의해 처음으로 연구된 ‘쪽물’과 그 뒤 20여년동안 쪽 염색을 해온 정관채씨를 만나 우리색의 진면목을 엿본다. 이미 ‘JAPANESS BLUE’라는 브랜드로 세계시장에 문화상품으로 재인식시키고 있는 일본인들을 통해 진정한 문화상품의 의미도 되새겨 본다. 또한 천연염색의 뛰어난 효율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작업도 취재해 화학 염료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자연스러움, 다양한 컬러, 언제나 자연으로 돌아갈수 있는 자연 재활용, 더불어 친환경성 등 천연염색이 지닌 장점도 알아본다. 특히 쪽, 홍화, 치자, 감물 등 천연염색의 재료들의 강한 항균성에 대한 취재도 함께 이루어져 시청자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또한 나주지역을 중심으로 전남 천연염색 산업단지 조성 가능성도 함께 제시할 예정이다. 한편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종엽부장은 “우리 고유 천연염색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21세기를 앞두고 문화상품의 개발이 절실하다”며 “선조들의 정신과 전통이 스며있는 천염염색을 세계 시장에 내놓아 문화상품으로 육성해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안정미 기자 jungmi@kjtimes.co.kr
문화
안정미
1999.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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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패러디와 날카로운 사회풍자로 인기를 얻고있는 웹사이트‘딴지일보’(http://ddanji.netsgo.com/)가 인터넷방송으로 태어난다. 인터넷 방송국 캐스트 서비스와 딴지일보는 인터넷 상담과 시사, 방송패러디 프로그램등으로 꾸며질‘인터넷 딴지방송’을 오는 10월중순 개국을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프로그램의 구성과 대본은 딴지일보가, 이에 따른 온라인 송출작업과 시스템 제작은 캐스트 서비스가 따로 맡아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캐스트 서비스 측은 자체 스튜디오를 완공하고,딴지방송에 어울리는 개성있는 목소리를 가진 신인 성우도 다수 선발할 계획이다.
문화
남도일보
1999.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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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다룬 청춘영화로 젊음이 뿜어내는 건강함과 박진감이 넘친다. 또 꿈을 실현시키기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을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미식축구가 삶의 일부인 텍사스의 어느 작은 마을. 그 마을의 꼬마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쿼터백이 될 꿈을 키우며 미식축구와 함께 성장한다. 조나단 막슨 역시 코흘리개 시절부터 미식축구를 시작해 지금은 웨스트 캐넌 ‘코요테‘ 고교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이다. 그는 무조건 부딪히는 경기보다는 책을 읽고 연구하는 경기를 추구한다. 그러나 권위적이고 카리스마가 강한 팀의 코치 버드 킬머와 사사건건 대립된다. 오직 우승만을 강요하는 코치는 건강 따윈 개의치 않고 무리하게 경기를 강행하고, 결국 경기 중 쿼터백 랜스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랜스를 대신해 꿈의 쿼터백 자리를 인수받게 된 막슨은 경쟁팀은 물론 강압적인 코치를 상대로 힘겨운 게임을 시작한다. 게다가 랜스의 옛 애인까지 유혹해 오면서 막슨은 여자친구와도 갈등을 빚게 된다. 꿈, 사랑, 방황, 열정, 순수가 그려진 젊음이의, 그들만의 계절은 이 시대를사는 젊음이들이 한번쯤은 볼만한 영화 .11일 제일극장 개봉
문화
남도일보
1999.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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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신세대 문화의 홍수. 10대 팬들을 겨냥한 아이돌 댄스그룹들이 브라운관을 주름잡았고 시시각각 출몰하는 유행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성세대들은 시체말로 ‘뺀찌’신세를 면치 못했다. 유행의 조류에 탑승하지 못하면 당장 ‘쉰세대’라는 비아냥이 쏟아졌고 가장이라는 이름의 권위는‘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채 비틀거려야’ 했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물안개 피는 강가에 서서 작은 미소로 너를 부르리/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하고 싶어…” 30~40대 성인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며 97년 하반기를 강타했던 김종환의 어덜트발라드 ‘사랑을 위하여’. 애잔한 이지리스닝 계열의 멜로디에다 고전적인 순정의 메시지를 담아 당시 트로트 일색이었던 성인음악시장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김종환은 96년 발표돼 노래방 최고 인기넘버였던 ‘존재의 이유’에 이어 ‘사랑을 위하여’로 히트행진을 이으며 가장 잘나가는 ‘성인가수’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른다. ‘사랑을 위하여’의 히트배경에는 문화적으로 소외받고 불황의 길목에서 비탄에 젖어야 했던 성인층에게 일종의 ‘위로’와 ‘향수’로써 어필했다는 분석이 있다. 이 곡은 또 가요계의 지나친 10대편향에 대한 성인층의 반발이 불러온 일시적인 돌출변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범 기자 jbeom@kjtimes.co.kr
문화
김종범
1999.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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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아리랑과 함께 진도를 상징하는 진도개가 사고 팔리는 전국유일의 개(犬)장이 서는 진도읍장. 진도읍 조금리에 있다하여 ‘조금리5일장’으로도 불리는 진도읍장은 지금의 터에서 자리를 잡은 것은 지금부터 45년전쯤. 그러나 시장터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리가 흘리던 훨씬 이전 시절때부터”라고 말하면서도 정확한 시장 개시일은 기록도 없고 기억조차 흐릿하다. 2일,7일 장이 서는 진도읍장은 새벽 6시쯤이면 장이 서다 낮 12시부근이 되면 슬슬 파장이 되고 마는 1읍6개면 사람들이 찾는 큰장이다. 교통발달과 함께 의신면 돈지장,임해 십일시장,고군 5일장등 면단위 5일장들이 급속히 쪼그라드는 반면 진도읍장은 갈수록 번성해져가고 있다. 시장 한켠은 진도개를 사고파는 개장터가 따로 있으나 장날 하루 거래되는 진도개는 40∼50마리가 고작. 강아지 1마리에 1만원부터 최고 20만원이상 까지 천차만별이지만 진짜 진도개 등록을 받게되면 20만원이상 받을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5일장에서 거래되는 진도개는 ‘진품’은 아닌듯. 진도개전 바로 옆에는 하루 2∼3마리의 소가 거래되는 쇠전이 아슬아슬한 명맥만 유지하고 200여마리의 새끼돼지와 7∼8마리의 큰돼지가 거래되는 돼지전등 가축전이 시장 한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진도읍장 어물전은 앞바다에서 풍성하게 잡아올린 비릿한 해산물들로 좌판이 넘쳐난다. 가오리와 비슷하게 생긴 간재미. 식초와 미나리,무 생채,배와 갖은 양념을 넣어 버무린 새콤달콤한 간재미회는 진도장의 명품중에 명품으로 꼽힌다. 특히 진도읍 서쪽 바다가를 뜻하는 전두리 바다에서 잡히는 ‘서촌 간재미’를 최고의 토속음식으로 쳐준다. 어물전에는 굴과 바지락,병어 등 싱싱한 바다고기들로 가득하고 진도맛의 짠맛이 맛깔스럽게 베여있는 ‘새비젓(새우젓)’등 짭짤한 젓갈좌판과 멸치전이 양길가를 가득 메운다. 1가닥에 1천500원부터 20만원이 넘는 미역다발에 묻혀있는 조도 독호각을 파는 아낙네의 주름살은 삶의 질곡을 대변하듯 그렇게 깊이 패여있다. 103개 점포가 있는 진도읍장 장옥터를 찾는 상인은 자꾸만 줄여들지만 조금사거리∼남문사거리 90명을 비롯 조금사거리∼가축시장 60명,조금사거리∼진도천 54명,사정리∼조금사거리까지 6명등 장옥외 210여명되는 노점상들이 옷과 채소류,식료품,한약재료를 팔고 있어 장옥터 보다는 오히려 노점상이 훨씬 발달된듯하다. 진도읍장에는 2대째의 대장간과 그 대장간에서 기술을 배워 20여년동안 쇠를 두들이고 있는 2곳의 대장간이 전설처럼 쓰러질 듯 이름을 지키고 있다. “요새는 잡초를 죽이는 좋은 농약들이 많이나와 일감이 거의 없어요.장날에도 굴캐는 ‘조새’나 호미 몇개 만들면 발길이 뚝 끊어질 정도로 장사가 안되요”.대장쟁이는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하나에 2천500원하는 조새를 만들고 있다. 진도읍장도 여는 재래시장처럼 노후된 장옥을 사람과 차가 쑥쑥 빠질수 있는 현대화할 필요는 느끼고 있다. 유기그릇전,고기전,옷전,가축전등과 같이 바둑판처럼 선을 그어 심각한 교통체증을 불러오는 노점상들을 장옥안으로 불러 들였으면하는 궁리를 하고 있으나 군이나 읍이나 여의치 않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읍사무소에서는 장옥을 완전철거한 뒤 지붕을 천막으로 덮고 채소장옥을 철거해 주차장을 설치하는 한편 화장실도 이설,하수구 증설,공동보관창고등을 설치할 것을 주요내용으로하는 ‘조금리5일시장정비계획’을 마련했으나 이서류에는 먼지만 쌓여있다. 상인들간 이해관계와 9천900여만원의 돈을 마련할길이 없기 때문.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진도개가 장터에서 거래되는 진도장은 그러나 어떤식으로든 새 단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진도 /김기태기자 gold@kjtimes.co.kr /안창주기자 acj@kjtimes.co.kr
문화
김기태.안창주 기자
1999.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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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주인은 영원한 주인…’ 유명 컴퓨터회사 광고 카피가 진도읍 초입에 이정표 삼아 서 있을만큼 전국인 명성을 얻고 있는 진도개. 진도읍장에서는 그 진도개가 자유롭게 사고 팔린다. 장날이면 40∼50마리의 진도개가 거래되지만 ‘진품’으로 등록된 개는 100% 축협에서 사들이므로 비교적 질이 덜한 개들이 장터에서 거래된다고 볼수 있다. 진도장에서 산 진도개라도 진도밖으로 가져갈 경우에는 진도개조합에서 행선지 등을 기재한 ‘반출증’이 있어야 하는것은 물론. 전국적으로 등록된 이른바 ‘오리지날’ 진도개는 20만∼100만마리 정도. 6개월 단위로 등록심사를 받아 등록되는 진도개는 섬지역인 조도를 제외하고는 진도 전역에 1만 마리 정도가 골고루 분포돼 있다고. 진도개를 키우는 집이 4천300여 가구쯤 되므로 진도사람들은 거의 집집마다 진도개를 기르고 있는 셈이다. 국내 30여개의 진도개 관련 협회가 구성돼 있고 미국 LA등 해외 진도개협회를 합하면 진도개를 키우는 지역은 진도보다 진도 밖이 더 많다는 설명이다. 일제때인 지난 1937년 ‘조선 보물 고적명승 천연물’로 지정된후 지난 62년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될만큼 일찍부터 국가차원에서 보호받고 있다. 특히 ‘진도개의 혈통을 보존하고 그 증식및 보급확대를 통해 진도개의 우수성을 고양하기위해…’라는 목적으로 ‘한국진도개보호육성법’이 2년전 국회에서 제정됐다. 군단위 천연기념물을 보호하기위해 국가차원에서 제정공포된 첫번째 법률이라고 진도사람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장터에서 예쁘장한 진도개 강아지를 팔고 있는 개장수는 “등록 안되는 잡종 진도개는 보신탕으로 맛이 그만이다”고 말해 진도개라고 모두 진도개가 아님을 귀띔했다./김기태기자 gold@kjtimes.co.kr
문화
김기태
1999.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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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독특한 개성으로 끊임없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형상을 추구해온 박수만, 정규봉씨가 9일부터 오는 18일까지 궁동 나인갤러리에서 ‘표현과 형상전’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박씨는 ‘쫓김에서 쫓음’을 비롯한 ‘꿈의 형태’‘서있는 사람’‘꿈’등 13점을 내놓았고, 정씨는‘전령’‘이상한 힘’‘춤’‘생명이 있는 공간’등 13점을 출품해 모두 26점이 선보이고 있다. 박씨는 양림동에 화실을 마련하고 삶의 진실과 인간 본연의 모습을 꿈과 희망이라는 주제로 담아내고 있다. 또 작품 전반에 걸쳐 은유와 상징적 이미지를 빌어 인간내면의 감성을 본질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해 낸 흔적이 돋보인다. 특히 박씨의 작품은 대체적으로 무거운 톤의 채색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오묘한 진리를 담아내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이와함께 정씨는 담양에서 작업을 해오다가 광주로 작업실을 옮긴 후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과 삶의 흔적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대담하면서도 자신에 찬 붓질로 인간 내면에 깊숙이 흐르는 생명의 공간으로 표현해 내고 있어 화단의 주목을 받고있다. 정씨가 이번 내놓은 작품들은 대부분 무채색 계열로 중후함과 상실된 인간탐미 정신이 짙게 배어있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김선기 기자 kimsg@kjtimes.co.kr
문화
김선기
1999.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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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영남 춤꾼들이 꾸미는‘호·영남 무용 교류전’이 10일 오후 6시 30분 광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성대하게 펼쳐진다. 광주무용협회가 주최하고 광주시, 광주예총등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문화교류라는 채널을 통해 지역간 경계를 허물고 대동화합의 장을 마련키 위한 자리. 광주시무용협회를 비롯, 부산,대구,울산지회등의 춤꾼들이 대거 참여해 독창적이며 실험적인 창작 레퍼토리를 서로 교환한다. 광주무용협회측이 출품한 작품은 ‘선유락’과 ‘비오는 숲’. 김미숙씨가 안무를 맡은 ‘선유락’은 곱게 단장한 배 둘레에서 기생들이 패를 나눠 서서 배가 가는 시늉을 하며 어선가와 어부사에 맞춰 추는 무용. 신라귀족들의 뱃놀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속칭 ‘배따라기’라고도 한다. ‘비오는 숲’(안무 정혜경,임지형)은 아프도록 눈부신 젊은날의 방황과 고뇌를 열정적인 모던댄스로 풀어낸다. 광주현대무용단의 조혜영, 나은영,최유경씨 등 14명 출연. 부산무용협회에서는 우리 민속무용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승무’를 김명자씨의 안무로 선보인다. 승무는 속세의 모든 업을 소멸시켜 맑고 청정한 자세로 살아가려는 절대의지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춤. 대구무용협회가 출품한 레퍼토리는 쌀을 소품으로 사용하여 농경사회에서 쌀을 가지고 하는 갖가지 몸동작들을 통해 관객에게 축복을 선사한다는 작품‘축복의 춤’(안무 김현옥)과 지독한 외로움과 혹독한 시련속에서도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기다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루터기’(안무 김죽엽) 두 작품이다. 이밖에 울산무용협회에서는 김미자씨와 이귀선씨가 안무한 ‘즉흥무’‘태평무’‘교방소고춤’등 전통한국춤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태평무는 왕십리 당굿의 무속장단을 바탕으로 무대춤으로 구성한 것으로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춤이며 즉흥성이 돋보이는 교방소고춤은 굿거리,자진모리등의 장단으로 짜여져 신명과 흥겨움이 특징이다. /김종범 기자 jbeom@kjtimes.co.kr
문화
김종범
1999.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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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산수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중국 계림 지역의 스케치전이 열려 눈길을 끈다. 광주와 전남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는 드로잉회(회장 김종민)가 9일부터 15일까지 궁동 궁전 갤러리에서 ‘중국계림 스케치전’을 준비했다. 올해로 창립 14주년을 맞고있는 드로잉회는 매년 회원전을 비롯 정기적인 해외스케치전을 갖고 작품의 질적향상에 노력해온 이들은 이번 전시회에서도 40여점의 개성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중국계림 스케치전은 과거에 가졌던 괌·사이판, 필리핀, 일본 뱃부 스케치전보다 산수화의 본고장을 화폭에 담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전체 60여명의 회원 중 20여명이 참여한 이번 스케치전은 지난 7월 중국 계림일대를 스케치한 작품들로, 동일한 장소에서 스케치 한 관계로 대부분 구도가 비슷하지만 작가 개개인의 예술적 시각에 따라 수묵화나 서양화로 형상화 돼 다양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참여작가는 김길성 김용근 방순희 홍용만 김종일 김경애 김종민 강영주 오영란 소민경 강경숙 강종금 양정란 박애경 전병문 서정학 정 영 박해경씨등이다./김선기 기자 kimsg@kjtimes.co.kr
문화
김선기
1999.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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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극계 최고의 화제작‘난타’가 ‘99 밀레니엄버전으로 옷을 갈아입고 광주무대를 찾는다. 10일부터 15일까지 남도예술회관. ‘난타’는 네명의 요리사가 젓가락 숟가락 칼 도마 등 갖가지 주방도구를 악기삼아 두들기며 엮어가는 뮤지컬 퍼포먼스. 전통 사물놀이의 가락과 리듬을 도입한‘한국형 퍼포먼스’라는 장르로 지난 97년 초연이래 공연때마다 초만원사태를 빚으며 화제를 뿌린 바 있다. 지난달에는 세계최대의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초청돼 현지 언론들로부터 각광을 받는등 해외에서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대사가 없는 비언어(Non-verval)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연기자들의 신명나는 몸동작과 과 폭발적인 리듬이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무대는 부제 ‘In The Kitchen’에서 알 수 있듯 어느 식당 주방. 온갖 냄비와 프라이팬이 줄줄이 걸려있고 요리재료가 쌓인 작업대가 갖춰져 있다. 세명의 주방장과 눈치없는 신참, 그리고 주제넘는 지배인이 벌이는 좌충우돌 스토리가 댄스와 몸동작, 그리과 타악리듬을 따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비언어 뮤지컬은 대사나 노래 대신 리듬과 비트를 음악 요소로 앞세운 무대. 아프리카 토속리듬을 재료로 활용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스톰프’가 대표적이다. 연출에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린테일러 코벳이 맡았고 이동준이 음악을, 김원해, 류승룡, 장석현, 권근용 등이 출연한다.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일요일 오후 4,7시 공연. 문의 652~1823. /김종범 기자 jbeom@kjtimes.co.kr
문화
김종범
1999.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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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 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 멀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누나 손등을 간지러 주어라. 우리가 어린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다. 이 노래를 접하는 순간만이라도 자갈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청정한 냇물과 그 곳에서 물장구 치며 놀았던 향수에 젖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어떤 모습인가.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이 자기만의 이익에 집착하여 오만함과 독선으로 마구버리고 파헤치고, 분별없이 개발하는 바람에 이중, 삼중으로 자연파괴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런 현상과 현장은 인간의 발이 닿는 곳이면 하늘, 땅, 바다 어느곳이나 가릴것 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자신이 저지른 일들에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에 걸려있으며 자연파괴가 그 속에 살고있는 인간자신의 파괴임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있는 것이다. 우선 우리주변에 병든 모습으로 흐르고 있는 광주천을 보자. 날마다 차를 타고 천변 좌·우로를 다니는 수많은 삶들이 한번이라도 관심을 갖고 보아준다면 광주천은 좀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살아날 것이다. 자치단체나 환경운동단체, 일반시민들이 여러분야에서 각종 시설이나 행사,캠페인등이 이루어지고 있는것이 사실이나 장기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않고 일과성으로 진행되는 문제점이 있다. 잔디를 심고 체육시설을 설치하는 것들도 중요하지만 전문연구기관의 조사 분석을 통하여 우선 병들어 있는 광주천을 살리고 수량을 늘려야 한다. 그리하여 자연생태계를 원상회복 해야하며 그 곳에 도시의 어린이를 위한 자연체험학습장, 밝고 건강한 청소년을 위한 놀이문화공간, 시민들의 건전한 삶을 위한 아름다운 휴식공간을 만들어 자연이 살아 숨쉬고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나는 광주천으로 거듭태어나야 한다./박주하 서양화가
문화
박주하
1999.09.1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