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기생 소백주 (19) 귀거래사 기생 소백주 (19) 귀거래사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지나 온 세월 나름대로는 열심히 글공부를 한다고는 했으나 생각해보니 건성건성 술과 풍류를 즐기며 노는데 더 열중이었던 것만 같고, 부모에게는 늦도록 공부 핑계를 대며 살아왔으나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으니 커다란 불효를 한데다가, 아내에게도 마찬가지로 자식들만 맡겨두고 고생만 시킨 것이었다. 자식들에게는 또 어떤가? 무관심으로만 일관하지 않았는가! 김선비는 자신의 과거사를 생각해 볼수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기생 소백주 (18) 청천벽력 기생 소백주 (18) 청천벽력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거금 삼천 냥을 갖다 바쳤으니 반드시 지방의 미관말직이라도 하나 붙들어 주겠지 하고 김선비는 조마조마 가슴을 졸이며 하루하루를 기다렸다. “으음!...... 그래! 그거라면 저기 사랑방에 가서 며칠 묵으면서 기다려보시게나!” 지난번과 똑같은 이정승의 이 말을 들은 김선비는 이번에는 절대로 거짓이 아니겠지 하고 굳게 믿으면서 사랑방으로 물러나왔다. 그런데 아뿔싸! 이제나 저제나 이정승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기생 소백주 (17) 뇌물 삼천냥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러나 그 기대는 말짱 허사였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무려 일 년, 이제나 저제나 이정승이 자신을 불러 주기만을 기다리며 가슴 졸이며 사랑방의 식객 노릇을 해왔건만 도무지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렇게 이정승의 사랑방 식객이 되어 기다리는 동안 김선비는 조선 팔도의 그렇고 그런 변변찮은 수많은 선비들이 세도가인 이정승 집에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앞 다투어 누구누구 연줄을 타고 돈 꾸러미를 챙겨들고 몰려와서 벼슬을 청탁을 한다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기생 소백주 (16) 이정승 기생 소백주 (16) 이정승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학이며 소나무가 그려진 여덟 폭 진기한 병풍이 방안을 빙 둘러 쳐져 있고 값나가는 붓과 먹과 벼루, 은빛 황금빛 광택이 고운 번뜩이는 장롱과 청자 백자 문양 고운 도자기, 여러 진기한 서책과 글씨 편액들이 가지런히 걸려 서실 안을 장식하고 있었다. 어여쁜 여동생이 임금의 빈(嬪)으로 간택되어 외척의 세도를 단단히 누리게 된 이정승은 그 힘으로 우의정 자리를 거머쥐었다고 소문이 파다했는데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기생 소백주 (제15회) 한양길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그러나 김선비에게는 정말로 관운이 없어서였을까? 스무 살 무렵부터 꾸준히 과거를 치렀지만 보는 족족히 보기 좋게 낙방이었다. 시험 운이라고는 전혀 없는 무슨 귀신이라도 붙은 것일까? 유려한 문장도 고운 필체도 박학다식(博學多識)한 학식도 과거급제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평생을 과거급제에만 매달려오며 아까운 청춘을 다 버리고 그새 마흔 줄이 되어버린 김선비는 길이 탄식하였다. 나라에서 치르는 과거시험도 중앙의 실권을 틀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기생 소백주 (제14회) 경상도 김선비 기생 소백주 (제14회) 경상도 김선비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충청도 부여 땅에서 왔다는 입담 좋기로 소문 난 조선비가 용한 정씨 점쟁이 이야기 한 자락을 풀어놓자 그 이야기를 열댓 명이나 함께 엉겨 듣고 있던 각지에서 올라온 선비들이 그 신통력에 놀라 다들 한마디씩 했다. 경상도 상주 땅에서 온 김선비도 그 틈에 끼어 이야기를 듣고는 탄성을 질러댔다. “허어! 정씨 점쟁이 영감 정말 용한 점쟁이네!” “사주를 뽑아 보지도 않고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기생 소백주 (제13회) 운명 기생 소백주 (제13회) 운명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백약이 무효이던 남편이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건강이 회복했단 말인가? 다 죽어가던 남편이 살아나자 신씨 부인은 신기한 기적(奇蹟)을 만난 듯 뛸 듯이 기뻤다. 생각해 보니 그날 복채도 주지 못하고 온 그 신통한 정씨 점쟁이 영감에게 무어라도 보답을 해야만 했다. 마음을 정한 신씨 부인은 장날 십리 밖 멀리 있는 고을의 장에 나가 맛있는 음식을 골고루 샀다. 떡이며 고기며 각종 생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기생 소백주 (제12회) 신선한 기적 기생 소백주 (제12회) 신선한 기적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 말을 들은 신씨 부인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만 엉거주춤 방안에 앉지도 못하고 엉겁결에 간다는 인사말도 못한 채 그만 정씨 점쟁이 영감 집을 허겁지겁 빠져 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그 흉악한 짓을 당한 그곳을 다시 지나가며 그놈이 죽어 자빠진 것을 보고 ‘아이고!’ 하고 저고리를 거꾸로 입고 곡을 세 번하고 가라니 겁이 나고 공포가 밀려와 도무지 그럴 용기가 나지 않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기생 소백주 (제11회) 정씨 점쟁이 기생 소백주 (제11회) 정씨 점쟁이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봄볕이 푸근하게 쏟아지는 마당을 지나 큰방 마루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점을 보러온 아낙들이 방안에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히 가득 앉아있는 듯 신발이 여러 켤레 토방에 놓여있었다. “어르신 계신가요?” 신씨 부인이 방문 밖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누구 또 점 보러 오셨남?” 방안에 있던 중년의 여인이 벌컥 문을 열고 말했다. “예, 제가 어려운 가정사가 있어서......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기생 소백주 (제10회)운명의 장난 기생 소백주 (제10회)운명의 장난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아-?윽!” 신음 같은 선 비명을 짧게 지르는 신씨 부인의 눈 끝에 파란 봄 하늘에 불 번개가 인 듯 번쩍 비추었다가 산산이 부서져 흩어져 내리더니 이내 가물가물 빨갛게 물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봄 하늘의 아득한 벽공(碧空)이 깨어져 이지러지는 처참한 고통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참동안 드높은 태풍 몰아치듯 격랑 하는 파도가 몸을 수십 차례 휩쓸고 지나가더니 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기생 소백주 (제9회)봉변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길가는 아낙을 유린하는 그 사내 하는 꼴이 반항이라도 했다가는 생사람을 당장 죽일 기세였다. 정말로 벼락 맞아 죽을 놈이었다. “아! 아악! 사 사람 살려!” 순간 신씨 부인은 자신도 모르게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사내의 커다란 손이 신씨 부인의 입을 사정없이 틀어막았다. 사내가 젊은 신씨 부인을 사납게 번쩍 끌어안더니 그늘진 숲속 칙칙한 수풀 우거진 그늘 밑으로 끌고 갔다. 힘이 약한 신씨 부인은 사내의 억센 팔에 안겨 그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기생 소백주 (제8회)산(山)서방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신씨 부인은 남편 병 구환 하느라 없는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겨우 두어 냥 복채를 주머니에 깊이 챙겨 담고 푸른 풀잎 돋아나는 들길을 지나 어느새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새 강남 갔던 여름 철새들이 돌아왔는지 연둣빛으로 눈을 뜨는 나뭇가지 사이에서 맑은 새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싱그럽게 낯을 스치고 지나는 것이었다. 나뭇잎이 새로 돋고 이름 모를 풀잎들이 땅에서 돋아나 그새 봄꽃들을 달고 방긋이 웃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기생 소백주 (제6회)방으로 들어간 소 기생 소백주 (제6회)방으로 들어간 소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늙은 중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뭐라 소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요?” 그 말을 들은 덕만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니,?그렇다니까요! 세상에 참! 오늘 내 별일을 두 번이나 당하네! 저 나무 지팡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나무아미타불!........” 늙은 중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가 막힌 듯 끌끌 혀를 차며 말했다. “그래요!?그럼 스님,?소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기생 소백주 (제5회)중의 지팡이 기생 소백주 (제5회)중의 지팡이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복채는 무슨! 아무튼 잃어버린 집안의 귀중한 물건이니 찾긴 찾아야겠는데…” 점쟁이 정씨 영감이 눈을 가늘게 뜨고 덕만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더니 점을 치려고 산통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마침내 팔괘를 뽑아 놓고 한참동안 유심히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장터로 향하는 삼거리 길로 나가면 지팡이를 짚고 오는 늙은 중을 만나게 될 것이야! 그러면 다짜고짜 그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기생 소백주 (제4회)소도둑놈 기생 소백주 (제4회)소도둑놈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이웃마을 덕만이라는 중년의 농부가 봄날 소 쟁기질을 논에서 하고 논둑에 소를 매어 두었다. 힘들게 일한 소에게 논둑에 무성한 풀을 뜯어 먹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덕만은 논에서 삽으로 논둑을 고치고 흙을 고르는 일을 했다. 한참 일을 하고 있으니 건너 논에서 일하는 늙은 농부가 집에서 새참을 내왔는지 막걸리를 한잔 하라고 오라고 손짓하며 소리쳤다. 덕만은 흙 묻은 손을 논물에 씻고 개울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기생 소백주 (제3회)친정어머니 기생 소백주 (제3회)친정어머니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때는 바야흐로 봄, 멀리 남쪽에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죽은 듯 겨울 눈발 속에 묻혀있던 푸른 새순들이 발동(發動)을 하는 때라 그런지 젊은 여인인 신씨 부인의 가슴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이는 것이었다. 모든 생명 되살아나는 이 싱그러운 봄에 자신은 죽어가는 병든 남편 옆에서 죽음을 생각하다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당장 이 지겨운 곳을 떠나버리고도 싶었지만 시집가서 그 집 귀신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기생 소백주 (제2회)기생팔자 기생 소백주 (제2회)기생 팔자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세상사 갈팡질팡 꿈은 저 뜬 구름만 같고 사연 많은 인생사 날은 저물어 가는데 내친김에 이 고달픈 길 위에서 잠시 지친 두 다리 쉬어두고 앉아 저 새색시 신씨 부인 사연이나 한번 들어보고 가고 싶어지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시집 와서 삼년, 남편이 앓아 눕고 인근의 의원이란 의원을 다 불러와 백약을 다 수소문하여 써 보아도 나을 기미가 없으니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수밖에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기생 소백주 (제1회)신씨 부인 기생 소백주 (제1회)신씨 부인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인생사란 참 알다가도 모를 것이었다. 누구는 고대광실 부잣집에서 태어나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갖고 싶은 것 다 갖고 평생을 꽃 속에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는 천하고 천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끼니도 굶고 거지처럼 살다가 병에 들어 일찍 세상을 하직하기도 하니 말이다. 더구나 못생긴데다가 사람됨도 형편없어 욕심보만 늘어 온갖 추악한 짓을 서슴지 않고 살아가는데도 사람들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최고의 사윗감 (12)두더지 총각 최고의 사윗감 (12)두더지 총각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그런데 그 고단한 여정 끝에 비로소 미륵님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분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금 집에 막 도착했습니다. 미륵님, 우리 딸의 배필이 되어 주십시오. 날을 잡아 음식을 많이 장만해놓고 일대의 수많은 분들을 초대해 성대하게 혼례식을 올립시다. 우리 딸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싯감이란 것을 미륵님도 잘 아시겠지요?” 두더지 부부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간절히 말했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최고의 사윗감 (11)구도자 최고의 사윗감 (11)구도자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두더지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가슴을 치고 탓하면서 어서 그 힘이 센 사위를 얻어 성대하게 딸의 혼례식을 올려주자고 마음을 다잡으며 그리운 고향집을 향해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두더지 부부가 집에 도착한 것은 계절이 바뀌어 다시 온 세상에 푸른 생명 일렁이는 봄이었다. 지난 봄 고향을 떠날 때 새로 푸르게 돋아나던 이파리들을 나뭇가지마다 달고 있었고 여기저기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