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중(법무법인 강율 대표변호사)

강신중 법무법인 강율 대표변호사

지난 9월 14일 밤 9시경 서울지하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흉기에 찔린 여성이 비상벨을 눌렀다. 피해자는 바로 병원에 실려 갔지만 수술 중에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범인은 동료역무원. 3년간 스토킹이 있었고 불법촬영과 협박이 있었던 상황에서 벌어진 보복살인으로 보도되었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입사 동기였는데, 오랜 기간 지속적인 전화와 문자를 받으며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는 법적 대응을 하였으나 긴급체포된 피의자는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어서 급기야 피해자가 참변을 당하게 되었다.

2021년 10월 21일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의 ‘스토킹행위’란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가는 길을 막아서는 행위, 일상생활 장소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전화·정보통신망 등으로 물건·글·그림·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으로 상대방 의사에 반해 불안과 공포를 일으키는 것이고, 이런 행위가 지속 반복적인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국내 스토킹 관련 112신고 건수는 2020년 4천515건에서 2021년 1만4천509건으로 늘었고, 올해 1~7월에도 1만6천571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신고 건수를 넘었다.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 조항에 관하여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합의를 계속 종용받는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에서는 없애야 할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와 같이 개인적인 피해이고 피해자의 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국민들의 법 감정과 정서 및 입법자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다.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선제적 분리를 위해 현행 스토킹처벌법에 규정해놓은 응급조치,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를 최일선의 경찰이 적극 대응하는 매뉴얼과 현장 대응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여성가족부의 스토킹 예방과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22년 4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되었다.

개정안은 법 적용대상이 되는 ‘피해자’의 범위를 넓혀 스토킹 범죄 피해자뿐만 아니라 범죄 피해 방지를 위한 예방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스토킹 행위의 상대방)이나 가족에 대한 지원도 가능하도록 규정하였고, 스토킹 피해자 또는 신고자의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위해 해고 등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고, 피해자 등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전학 등 취학지원 근거를 마련했으며, 불이익 조치를 하거나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 스토킹 현장조사시 업무를 방해하는 등 법률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벌칙(형사처벌 또는 과태료)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책 추진 근거도 마련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스토킹 피해자 지원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으며, 지원시설은 스토킹 신고 접수와 상담, 보호 및 숙식 제공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규정을 두어 피해자에 대한 법률구조, 주거 지원, 자립 지원, 관계 법령의 정비와 각종 정책의 수립·시행 등 다양한 정책 추진의 근거를 마련하였으며, 스토킹 피해 방지 등 정책수립의 기초자료 확보를 위한 스토킹 실태조사(3년 주기)와 예방교육을 실시할 수 있게 하였다.

문제는 입법적으로 법률 정비만 하는 것으로 그치면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법이 되더라도 집행기관에서 손을 놓고 있으면 만사휴의다. 피해자가 마지막 순간에 목숨 걸고 눌렀던 비상벨은 ‘최후의 신변보호 요청’이었다. 이제 우리 모두가 그 비상벨에 응답하여야 할 때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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