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훈(광주NGO지원센터장)

 

서정훈 광주NGO지원센터장

둘째 딸의 수발에 힘입어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시는 장모님은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계신다. 휠체어에 의지해서 세면하고 아침 식사와 옷까지 입혀드리면 이후부터 당신 혼자 부지런을 떠신다. 직접 손거울을 보면서 머리도 빗고 얼굴에 화장도 하며 입술까지 빨갛게 칠하신다. 팔십대 중반의 어르신이 당장 무대에 오를 배우 같이 날마다 꽃단장을 하신다. 아침이면 유난히 싱글벙글 아주 신바람이 나 계신다. 주간보호센터는 왜 그렇게 가려고 하시는지 물으면 적적하지 않고 그냥 재밌고 즐거워서 간다고 하신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어디서 나오는 걸까. 출근길에 생각하는 반복된 주제이다.

불과 몇일 전 수도 서울의 도심 한복판이 무너져 내리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과연 안전한가 그리고 살만한가. 시민들이 느끼는 경각심과 회의는 곧바로 국가의 책무와 국민의 행복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로 직결된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그리고 살만한가. 우리의 행복이 국가와 직결되어 있고 나의 명운이 사회와 깊게 연결돼 있음을 실감하는 상황이다.

유엔이 2012년부터 발행하는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tiness Report)’는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개인적, 인구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제도적 요인을 들고 있다. 이 중에서 핵심적 요인은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인 것을 들고 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전에는 절대 자살률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자살률 선두 국가인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사회적 요인에 속한 사회적 연대감이다. 아무리 환경적,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이 사회적 연대와 신뢰가 살아있으면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매우 위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유일한 차이는 ‘풍부하고 만족스러운 사회적 관계’의 존재유무에 있다고 했다. 가족, 친구, 공동체가 행복의 필수조건이라는 말이다. 이는 이미 각 나라의 사례에서 충분한 근거를 밝혀주고 있다. 세계적인 행복 국가인 부탄에는 “정부가 백성을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면 그런 정부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이미 1729년 법전에 새기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들 사이의 사회적 유대의 중요성을 아예 헌법(9조)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총행복의 9개 영역이 있는데 이 중 하나로 ‘공동체 활력’을 설정하여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는 공동체 생활에서의 협동을 유도하는 조건들과 확대된 가족구조의 완전한 모습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부탄 사람이 행복한 이유는 ‘어려울 때 함께 해줄 사람이 옆에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가족과 친족, 이웃 간의 사회적 유대와 사회안전망을 말한다. 즐거움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 문화가 확고한 것이다.

북유럽 사회는 개인주의나 자주성을 추구하면서도 가족과 공동체, 다른 사회구성원과의 연결을 잃지 않음으로써 행복 국가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에서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은 행복의 주요한 요소이자 공간이다. 이들의 목적은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다.

행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탈리아식 접근법에서는 ‘관계 속 행복’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 행복 하려면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행복의 전제조건으로 나타내는 것은 ‘폴리스 밖에서는 행복이 없다.’ 즉 ‘행복은 공동체 안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관계가 무너졌다. 가족과 공동체의 전통적인 기반을 뿌리 뽑는 바람에 불확실성과 불안이 들어섰다. 살벌한 경쟁과 ‘각자도생’, ‘승자독식’의 사회로 전락해 버린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닌가. 사회적 관계가 완전히 붕괴돼 상호 대립과 갈등만이 증폭되는 방향으로 달리는 사회, 따라서 행복이 있을 수 없다. 우리 국민 열이면 열, 모두가 행복하지 않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로 유명한 헬조선의 속살이다.

시민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강화’가 필요하다. 마을 만들기와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는 그 운동과 일에 참여하는 이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을 통해 공동체성의 회복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사회적 지원과 연대를 통한 공동체성의 회복이야말로 민선 8기에 선출된 자치단체장은 물론 윤석열 정부가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로 설정했으면 좋겠다. 행복은 ‘공동체’ 안에서 나온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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