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숯 검댕이 나리가 소리치자 사내들이 달려들어 술잔을 서로 나누며 소리쳤다.

사람이 태어나 살다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네 가지 특별한 의례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관혼상제(冠婚喪祭)였다. 태어나 자라서 어른이 되는 성인식(成人式)에 해당하는 관례(冠禮)는 15세 되는 사내는 갓을 쓰고 처녀는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았다. 혼례(婚禮)는 남녀가 배필을 만나 혼례식을 올리는 것이었는데 인생 축제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관례와 혼례는 인생 성장의 기쁨에 해당하는 예식이라고 한다면 상례(喪禮)와 제례(祭禮)는 인생의 종결에 해당하는 죽음과 제사에 대한 엄숙하고 슬픈 예식이었다. 생노병사(生老病死) 인생의 어김없는 노정에서 사람들은 그에 맞는 예식과 놀이를 만들었던 것이었다.

푸짐한 술상을 받고 술과 안주를 먹으면서 혼례를 축하하고 즐기는 것은 인생사에서 가장 큰 기쁨이리라! 조생에게는 장가드는 오늘이 참으로 각별한 즐거움과 추억으로 남을 것이었다.

숯 검댕이 나리와 마을 사내들이 술과 안주를 오지게 먹고는 또 길을 막고는 큰소리를 쳤다. 그렇게 옥신각신 왁자지껄 주거니 받거니 밀고 당기고 먹고 마시고 잔치마당은 무르익었다.

“오늘 신랑은 보아하니 인물도 훤하고 언변유창(言辯流暢) 하니 아들딸 많이 낳아 기르고 행복(幸福)하게 잘 살 것이오! 그러하니 이 검댕이 나리 길을 확 열어 버릴 터이니 술값으로 엽전 닢이나 팍 써 버리소!”

숯 검댕이 나리가 소리쳤다.

“좋다! 좋다! 여기 있다!”

신부 측에서 나온 사내가 엽전 꾸러미를 길마당에 휙 던져주었다. 숯 검댕이 나리가 그것을 얼른 주워들고는 헤아리는 것이었다.

“하나요! 둘이요!……애깨깨! 겨우 열 냥이라! 너무 작다고 일러라!”

숯 검댕이 사내가 엽전을 들어 세어보고는 품에 쑤셔 박으며 소리쳤다.

“어허! 너무 작다 하네! 새신랑 행차 늦어진다! 어서어서 가져와 풀어라!”

동네 사내들이 소리쳤다.

“에따! 여기 있다! 어서 신랑을 들여보내라!”

신부 측에서 나온 사내가 묵직한 엽전 꾸러미를 길 위에 철컹 내던졌다.

“아따! 좋네! 엽전이라!”

숯 검댕이 사내가 또 엽전 꾸러미를 들더니 수를 헤아렸다.

“어허! 서른 냥이라! 길을 열어 줄까? 말까?”

“그만하면 되었다! 잡놈들아! 어서 새신랑 길을 열어주어라!”

길옆에 선 할머니가 소리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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