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어쩌다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귀신(鬼神)이 곡(哭)을 할 일이 조생 자신에게 떨어져 버렸던 말인가? 조생은 눈앞이 캄캄하여 한동안 말을 잃고 그 광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니 당장 문을 박차고 뛰쳐나가 이 사실을 알리고 거짓말로 중매를 한 저 중매쟁이 할머니를 붙잡아 불벼락을 내려야 할 것이었다.

조생은 눈이 확 뒤집혀 부르르 떨리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악물고 벌떡 일어섰다. 새색시가 아이를 그것도 신혼 첫날밤에 아이를 낳는 이런 해괴하고도 치욕적(恥辱的)인 사태를 그만두어서는 절대로 아니 되었다. 이런 도의(道義) 없는 집안을 만천하(滿天下)에 즉각 발고(發告)하여 폐가(廢家) 시킴은 물론 물고(物故)를 내야만 했다.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난 조생은 합환주가 차려진 상을 발로 쾅! 걷어차 버리고 방문을 박차고 성난 호랑이처럼 밖으로 우당탕탕탕! 뛰쳐나가 ‘이런 첫날 밤에 새색시가 아이를 낳다니! 조선팔도(朝鮮八道)에 이런 개 같은 집구석이 어디 있소! 나는 중매쟁이에게 속아서 장가를 왔소!’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야만 했다. 아니 지르고 싶었다.

조생은 술상은 걷어차 버리려고 발을 든 순간 번쩍 뇌리를 스쳐 가는 것이 있었다.

“아가! 사람이 참을 인자(忍字) 세 번이면 살인(殺人)을 면(免)한단다!”

그것은 삼 년 전 세상을 떠난 조생의 할머니가 어린 시절 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무슨 일이든 세 번 깊이 생각하고, 세 번을 참으면 살인을 면한다.’ 조생은 그 말이 떠올라 쳐들었던 발을 멈칫했다. 조생의 머릿속에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가 퍼뜩 떠오르는 것이었다.

홍계관이라는 이름난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소경 점쟁이가 있었다. 어느 날 그 명성을 듣고 젊은 서생 하나가 홍계관에게 점(占)을 보러 갔다. 홍계관의 집 앞에는 점을 보러 온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서생(書生)은 제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섰다. 한참 후에야 서생은 홍계관을 만날 수 있었다.

“손님은 무슨 일로 오셨소?”

방 아랫목에 조그만 상을 놓고 앉은 누런 무명베 옷을 입은 홍계관이 말했다.

“저는 글 읽는 서생인데 선생의 점괘가 용하다고 소문이 나서 제 앞날이 어찌 될지 궁금해 왔소이다!”

서생이 홍계관 앞에 앉으며 말했다. 서생은 홍계관에게 이름과 자신이 태어난 생년월일시(生年月日時)를 일러 주었다. 그 말을 들은 홍계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초점 없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뽑아보고는 상위에 놓인 산통을 흔들어대며 신중하게 팔괘(八卦)를 뽑는 것이었다. 한참 후 괘를 다 뽑은 홍계관이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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